한적하니 여유로이 드넓게 펼쳐져있는,
세상의 소리를 머금고 조용히 반짝이고 있는 갯벌
진흙아래 살아 숨쉬는 소리만 들리는 장엄한 고동색 풍경

때마다 밀려오는 작은 파도를 맞이하며 바닷물에, 바닷가의 바람에,
산들산들 구르면서 조신히도 쌓여있는 곱디고운 하얀 모래, 속삭이는 파도의 파아란 풍경

그날따라 태풍이 지나간 후 유난히도 높은 하늘 구름이 매시각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가을의 어느날 석모도 민머루해변의 첫인상은 고즈넉하니 아름답고 사뿐히 애처로우니 아련했다.

그 한가로운 풍경에 뾰족 벨텐트 몇 동을 조심스레 올리고 아른한 나무 그림자를 그릴까싶다.
보일듯말듯 새 그림자도 지나간다. 텐트 위에서 바람에 흔들거리는 글귀들,
구슬픈듯 고풍스러운 아코디언 소리, 겸손히도 낮은 베이스음, 풍경에 몸을 맡긴 가녀린 여인들,
설레이 어우러지는 사람들
시시각각 달라지는 민머루의 인상, 바닷가 햇빛에, 낙조에, 별빛에 어우러지는 움직임

올해 겨울을 맞이하는 민머루 해변과의 며칠간의 꿈은 그러하다.

-이예린의 작가노트